잡문/일기는 일기장에(32)
-
101004 '하늘'
1. 가을이 다가올 무렵이었던 것 같다. 뒤늦게 더위가 기승을 부려 아직 외투를 걸치지 못할 무렵. 강물은 제법 차가웠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계곡엔 고요와 찬란한 태양이 가득 차 있었다. 누군가는 거리를 헤매고 누군가는 지치도록 술을 마신다. 공허는 어디에나 있다. 사람들은 무언가를 획득하기 위해서 몸부림치지만 가장 많이 얻는 것은 결국 공허다. 공허는 생각보다 무서워서, 수많은 부산물들을 만들면서 사람을 빠르게 잠식해 나간다. 사람들은 공허를 잊기 위해 일을 하고, 그 일 때문에 또 공허를 얻는다. 그것은 소위 '살아감' 이라고 불린다. 그때 난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늘상 만나는 모습이지만 언제나 괴로운 것도 마찬가지다. 주어진 업무가 끝나고 얼마간의 휴무가 삶을 지나치고 나면 마음엔 지독..
2010.10.25 -
니시 아마네가 명명한 그 무엇.
이상하게, 정말 이상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생선 사진이 참 좋다. 아무래도 '시대유감' 자켓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이걸 잡아서 회로 떠 먹었다. 쫀득쫀득. 구로디지털단지의 밤. 비싼 술값과 외로운 이준동. 경리단길에서 피자 쳐먹다 본 로우 렉커 브롬톤. 컬러 페인팅을 한 브롬톤들은 용접부 센딩이 안되어 있는데, 이건 매끈매끈하다. 그래서 오류가 생기곤 한다. 사실 대다수의 자덕들은 뒤에 트리곤에 더 관심을 보인다. 비록 한 잔에 천원밖에 안하는 데낄라지만, 취하도록 마시면 돈 많이 나오는 건 매한가지. 노량진. 새벽이 없다. 이게... 뭐였더라? 근사한 센스의 완성차였다. 성안길 라코스테 매장 앞에 자주 세워져 있다. 다만 가격대가 저렴한 물건이다 보니 들어간 컴포넌트들이 안 어울리는 감이 있긴 하나,..
2010.10.23 -
GG2010
마귀의 무도회장 입구. 솔로몬이여 내가 돌아왔다. 저스티스. 간지 털보의 크로스 울트라 빔. 역시 간져는 메리야스만 입고 있어도 멋있다. 그나저나 멸치는 바쁜데 털보는 한가하다. 인권착취의 스멜이 진하다. 디씨 일겔 라스가 선물한 깔깔이. 역시 간져는 깔깔이만 입고 있어도 멋지다... 까지는 모르겠다. 이 날의 하일라이트. DJ도 신나고 노는 사람도 신났다. 노먼 쿡이 쉰을 코앞에 두고 있지만 확실히 나보다 재미있게 사는 듯. 신난 영감. 역시 트랜스는 그 자체로 멋지다. 특별한 무대 매너나 비쥬얼 이펙트가 없어도, 음악만으로 멋지다. 다만 아민 반 뷰렌이 내 취향이 아닐 뿐... 그리고 시간이 늦었는데 내 채력은 한없이 저질이라는 것. 가는 길에 잠깐 놀다 온 사이드 스테이지. 유명한 사람같긴 하난 누..
2010.10.15 -
Be
이런저런 블로그들을 돌아보다 보면 확실히 블로그란 장르는 개인의 사상과 의견을 설파하는 곳이라기 보단 정보를 전달하는 곳으로 작용하는 것이 적합해 보인다. 비단 나의 경우에서 그런데, 타인의 블로그에서 작자의 사상을 읽어내기 보단 단순한 정보만을 걷어올 뿐인 경우가 잦다. 이런 상황에서 이 블로그가 차지하고 있을 수 있는 입지는 참 좁다. 이곳은 새로운 정보를 소개하는 곳도 못되고, 유익한 기술을 설명할 수 있는 곳도 못된다.
2010.10.05 -
사람들
처음엔 '꼬맹이들' 이라고 적을려고 했는데 생각해보면 얘들을 꼬맹이라고 부르는 게 좀 어폐가 있더라. 새벽 5시에 컴퓨터 자판이나 때리고 있는 내가 애지... 톤레샆 호수였던 것 같은데 경운기 엔진이 달린 통통배를 탔으나 너무 시끄러워서 운치 따위는 개코도 없었다. 정신이 산란스러워 사진도 얼마 못찍었는데 이건 배에서 조수일을 보던 애와 찍은 사진. 이래뵈도 얘는 진짜 프로다. 배 대는 일부터 손님들을 위해 간이계단 까는 것까지 날렵하게 처리한다. 아부지랑 형이랑 같이 하던데 형보단 얘가 대성할 듯. 호수 자체보다 얘 일하는게 더 재미있다. 숙소에 있는 이틀동안 계속 쫓아다니던 3인조. 아무래도 누나와 동생들인 것 같다. 처음엔 "오빠 1달라" 라고 하다(우리나라말 한다) 나중엔 먹을 것을 주는 걸 더 ..
2010.10.04 -
여름의 정치
비는 오다가다도 그치고 해는 들어나 빛나기를 주저한다. 먹먹하고 무거운 공기는 어디에나 있다. 저 멀리 빌딩 중턱에도 있고, 내 평정심을 압박하기 위해 이 방에도 있다. 여름은 그렇게 그 광휘를 빛낸다. 평범한 나날들과는 반대로, 몸이 힘들어 마음이 지치는 하루가 지나가고 오늘의 태양이 마지막 여력을 다하고 있을 무렵. 그 짧은 46분의 긴장이 온 땅위에 만연하다. 에셔의 판화처럼, 낮과 밤은 그 궤적을 함께한다. 서로의 경계는 다른 서로의 경계가 된다. 불탄다는 표현보단 찜통같단 표현이 어울리는 낮. 그리고 뻔히 알 것 같지만 아직은 알 수 없는 새로운 밤. 공존할 수 없는 양자는 한쪽의 지배를 위해 불가사의한 공존, 아니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렇다. 지금은 혁명이 필요하다. 혁명이 멀지 않았다. 귀..
2010.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