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이야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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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류와 충족
결국 제법 된 상황이긴 하다. 현 시점에서 패션 브랜드 간의 디자인 협업은 아무리 생각해도 원래의 취지를 벗어나 버렸다(혹은 못미치고 있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이 없다곤 하지만, 씬을 채우고 있는 대다수의 콜레보레이션 프로덕트들은 대단히 상식적이거나, 대단히 구태의연한 모습을 반복하고 있다. 이건 필시 문제가 있다. 결국 최근 콜레보레이션 프로덕트를 소비하게끔 만드는 힘은 디자인이 아닌 브랜드 벨류에 있음을 크게 느낀다. 단적인 예로, 스투시가 30주년을 맞아 진행했던 여러 콜레보레이션 중 신선하고 재기발랄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던 경우가 몇가지나 있었는가? 개인적으론 리코와 진행했던 GR-D3 모델밖에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 많은 제품들을 소비하게 만드는 동력은 무엇인가? 역시 개인적인 감상..
2010.06.28 -
가능성
보이지 않는 것, 알 수 없는 것, 즉 인지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과도한 가능성을 열어두는 경우가 많다. 즉, 인지할 수 없는 것이 지각할 수 없는 것으로 치환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다수의 경우에서 무의식은 의식에 늘 영향을 끼친다. 혹은, 의식을 형성하는 수단이 인식될 수 있는 것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 문제는 그 구조를 말로 설명할 수 없거나, 혹은 언어의 한계로 설명할 수 없다는 종교, 오컬트, 초현상, 공포의 구조가 그것의 비현실성, 초월성을 논거를 설정하며(논리라 말하기도 무리가 있지만) 그 당위성을 확보하려 할 때 발생한다. 이건 이성의 지각과 그것이 관계하는 실증적 대상 간의 관계에 기반하고 있는 '현실의 인간' 이 쉽게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런 것들의 논리는..
2010.01.18 -
오늘날 통화경제체제의 허구성과 극복
편의점에서 일하다가 율곡의 얼굴에 제법 유치한 낙서가 더해진 예술적인 오천원을 발견했다. 거창한 제목만큼의 내용을 담고 있는 글은 아니고 우연한 일을 모티브로 떠오른 착상이다. 모티브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떠올리게 했다. 화폐는 국가의 자산으로 훼손해서는 안되며 훼손시에 법적 처분을 받을 수 있음이 법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점과 화폐가 노동이나 매매의 대가(특히 자본주의 경제체제하에선 결국 노동의 대가로 귀결된다.) 로서 지급받은 교환가치라는 점의 상관관계가 문제로 떠올랐다. 양자를 연관시키며 중요한 점을 말하자면, 특정한 가치의 대가로 교환되어 주어지고 그에 상응하는 가치가 부여된 사적 소유물에 대한 운용의 권리 중 일부가 국가에 귀속된 채로 남아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이끌어낼 수 있는 귀결은 결국 오늘..
2009.12.12 -
2010년 GQ 다이어리(2009년 12월호 별책부록)
매년 연말이 되면 GQ에선 이런 날선 선물을 준다. 작년 물건도 그랬지만 올해도 담백하지만 세련됬고, 섬세하지만 중후하다. 단아한 남자의 물건이 가져야 할 덕목들을 지키고 있는데 GQ가 지향하는 미학적 문법을 따르기에 그러리라. 올해의 디자인은 작년의 방식을 따르고 있다. 그리고 더 이상 더하거나 빼거나 조정할 것은 내가 게을러서 그렇겠지만 눈에 치이지 않는다. 이 정도면 된다. 그리고 잡지 부록이 이 정도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작년에 받는 것으로 1년 동안 참 만족스럽게 사용했고 좋은 버릇도 생겼다. 이 정도의 긍정적 효력이라면 잡지 부록으로서 대단한 것 아닌가? 잡지 부록이 필연적으로 당면해야 하는 문제가 바로 스폰서 쉽과 그것의 지배력이다. 그리고 그건 이 물건도 마찬가지다. 하드커버 양..
2009.12.03 -
Inglorious Bastards.(거친 녀석들)
바스터즈 : 거친 녀석들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2009 / 미국, 독일) 출연 브래드 피트, 다이앤 크루거, 크리스토프 왈츠, 멜라니 로랑 상세보기 정말 오래간만에 신작영화를 봤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 감독의 영화중에 박수칠만큼 취향에 맞았던 건 '킬 빌' 시리즈 밖에 없으나 이상하게 신작이 나올 때 마다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요번엔 '2012' 를 포기하고 이걸 택했는데 간단명료하고 단도직입적으로 감상평을 말하자면 '아 역시 그냥 그렇네..' 정도다. 다시 말해 탄성이 나올 정도는 아니나 맛은 있는 정도? 대략 오늘 먹은 일본식 라면 정도의 느낌이다. 전체적인 전개와 스타일리쉬는 마음에 들었으나(특히 이 감독의 첨예한 저속함은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다.) 문제는 이런 류의 영화에 기대하게 되는 '간단..
2009.11.28 -
당신이 얼마나 별 볼일 없는 존재인지 알려드리겠습니다.
근데 더 있어요. 관측된 행성 중에서 세페우스자리 VV-A 의 크기는 3위 입니다. 2위인 대마젤란 성운의 WOH G64는 태양보다 대략 2천배 정도 큽니다. 가장 큰 큰개자리 VY는 태양의 1800~2100배 정도 된답디다. 만약 사람이 하루종일 시속 3마일 정도로 걸어서 한 바퀴를 돌려면 130만년 정도 걸린다네요. 요 정도? 자신이 얼마나 미미한 존재인지 알았다면 오늘부터 부질없게 살아봅시다.
2009.1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