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문/이야기(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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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코 카프리오 GX100 / Ricoh Caplio GX100
(카메라를 찍은 사진이니, 당연히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은 아니다.) 2007년에 예판으로 구매하여 5년, 만으로는 4년을 썼다. 몇일전에 오버홀을 받다보니 풀린 나사가 많았다. 그리 험난한 환경에서 쓰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기계의 긴장이 풀릴 정도로 다양한 곳에서 함께했으며, 다양한 순간들을 기록해줬다. 그 동안 메인이자 핸드폰 카메라를 제외한 유일한 카메라로 잘도 써먹었다. 이하의 글은 전문성은 커녕 객관성도 전혀 함유하지 못한 감상이다 보니 상세한 정보를 원한다면 리코 포럼을 방문하길 권한다. 이 오래된 카메라에 관심을 가지는 분이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매각 혹은 증여, 결국 방출을 앞두고 남겨두는 감상이다. 쓸 만큼 썼다. 감상을 쓸 때가 됬다. 단점 1. 대비가 쌔다. 즉 극암부와 극광부가 강..
2011.04.01 -
이런 음악
이런 느낌의 음악을 참 좋아한다. 60년대 후반에서 70년대를 관통하는, 복고풍의 세련된 감각. 디스코와 재즈가 역동적인 박자 위에서 춤춘다. 유려한 스트링과 짜릿한 브라스, 달음질치는 퍼커션이 모여서 만든 경쾌한 리듬. 어울리는 분위기는 딱 70년대 TV 시리즈다. 그것도 디스코 풍 수사물. '샤프트' 를 위시로 한 흑인 선정 영화나, '더티 해리' 처럼 과장된 폭력이 난무하는 영화가 적합하다. 근작인 '언더커버 브라더' 나, '오스틴 파워 시리즈' 의 경우처럼 그 클리셰를 관통하는 쾌활한 분위기도 어울린다. 이러나 저러나 과장되고 상쾌한 분위기면 된다. 오랜지 색 원피스를 입은 노란 머리 뱅헤어 아가씨가 총을 겨누는 느낌. 그리고 그 총구를 막으며 아가씨에게 육중한 미소를 날리는 남자의 열린 셔츠..
2011.03.21 -
형식
다큐멘터리 중 'Helvetica(Gary Hustwit , Geoff Wonfor. 2007)' 란 작품이 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아무런 인지 없이 사용하는 폰트 헬베티카를 다룬, 극히 단순하기에 극히 접근하기 어려운 주제를 풀어나가는 다큐멘터리다. 아주 즐겁게 본 작품이니 말 그대로 '형식 그 자체' 인 주제로 다양한 '내용' 을 이끌어낸 작품이다. 일단 모든 수작 다큐멘터리들과 마찬가지로 주제를 단순히 소개만 하는 것이 아닌, 그것에 대한 다양한 관점들과 그에 따르는 해석들을 제시한다는 점이 좋았고, 거기에 주제에 대해 한 발자국 물러서 제법 건조하게 대상을 바라본다는 점이 특히 좋았다. 이 특별한 후자가 깊은 울림을 갖는 것은 주제를 다루는 관점이 은연 중에 헬베티카의 성격을 따라가기 때문...
2011.03.11 -
카메라 번민기
염두했었던 '후지필름 파인픽스 X100(Fujifilm FinePix X100)' 의 발매 스케쥴이 나왔는데, 3월 7일에서 13일 사이에 발매되는 것까지는 좋으나 가격이 159만 8천원에 책정되었다는 점이 참담하다. 당연히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수량 안정화가 되면 가격이 떨어지기는 하겠다만 이 정도의 발매가라면 아무래도 하반기까지도 100만원대 언저리는 방어하고 있을 듯 싶다. (역시 미녀를 만나는 일에는 돈이 많이 든다.) 당초 100만원 초반대리란 예상가만 해도 성능 대비 비싼 감이 있었기에 최종 발매가는 가히 경탄스럽다. 물론 첫눈에 매료되게 만든 아주 특별한 외모를 가지고 있기는 하다만. 그리고 이런 류의 물건들에 붙는 가격에 가장 큰 당위성이 그것이긴 하다만 눈에 밟히는 강점이 그것 뿐이라..
2011.02.27 -
Boney M. the Ultimate Groove.
(동영상 링크가 깨졌다고 나올 시 새로 고침을 눌러봅시다) Sunny 내게 '최강' 의 그루브를 묻는다면 지체없이 보니 엠이라 말할 것이다. 네 명의 맴버와 음악만으로 이렇게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그것도 무려 30년전이다. 이후에도 '빌리지 피플(Village People)' 등의 걸출한 팀들이 있었기는 하다만, 적어도 내게는 이 이상이 없었다. 최고의 그루브는 취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만, 최강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는 되야 하지 않을까. Daddy Cool 남성 맴버 바비 페럴(Bobby Farrell) 의 원초적인 디스코 춤사위를 보라. 원조 짐승남이 여기에 있다. 요즘에는 전시용 근육을 두른 예쁜 소년이 입고 있던 티셔츠만 찟어도 짐승남 소리를 듣는다만, 여기 이 진정 짐승같은 사..
2011.02.25 -
Pharrell Williams
참 애매하다. 일단 성의없게 만드는데는 일가견이 있으니, 괴테는 파우스트는 60년동안 썼다는데, 퍼리얼은 6분이면 곡을 만든다. 덕분에 샘플링과 미디의 배열이 제법 단순하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귀에 착착 감긴다는 것. 한없이 유려하고 신난다. 허나 그의 곡을 듣고 버브의 '비터 스윗 심포니' 을 들었을 때 만큼의 경탄을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좋긴 하다만 완벽하진 않고, 완벽하진 않다만 모자라지 않은 정도. 앞서간다고는 하지만 판을 갈아 엎을 정도는 아니고, 그렇지만 한번도 뒷쳐진 적은 없는 정도. 역시나 애매하다. 솔직히 이렇게 뜰 줄은 몰랐다. 게다가 이렇게 오래갈 줄은 상상도 못했다. 퍼리얼이 등장할 무렵엔 팀버랜드나 스윗즈 비츠같은 거성들이 큰 판을 나누어먹고 있었다 보니 그저 지나가..
2010.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