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4. 요리 지옥 두 번째 - 돈까스 덮밥

2011. 6. 3. 20:33잡문/일기는 일기장에

(돈까스 요리법을 쓰면서 다 태운 돈까스 사진을 올리는 패기) 
 
 글을 적기 전에 우려가 앞선다. 여느 음식이 안 그렇겠냐만은 특히 이런 튀김류의 음식은 전문 식당에서 먹는 편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특히 돈까스의 경우 내가 돈까스 집 주방에서 일해봤기에 우려가 더 크다. 기름이 항시 적정 온도로 가열되어 있는 튀김기에 충분히 잠기게 튀겨 선반에서 기름을 빼야지만 제대로 나오기에 집에서 해 먹는 것은 아무래도 그 맛에서 비견할 수 없다. 게다가 집에서 따라하려면 기름을 비효율적으로 소모해야 하고 사방에 기름이 튀어 청소가 골때리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그래도 집에서 저렴히 먹는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글을 적는다. 적기에 앞서 또 다른 고민이 있으니, 워낙 공정이 단순하다 보니 그다지 설명한 건덕지가 없다는 점이 걸린다. 고로 자잘한 테크닉 위주로 이하 글을 진행한다. 아무래도 이번 글은 무리수인 감이 크다. 

0. 마트에서 냉동 돈까스를 산다. 기왕이면 양이 많은 것을 사 둔다.
 많은 양으로 판매하는 물건이 중량 대비 가격이 저렴하다. 냉동이다 보니 보관 걱정도 없으니 1~2kg 하나 사 두고 두고두고 먹으면 된다. 그리고 이런 냉동식품 류는 대형 마트에서 자주 할인 행사를 하니 그 쪽을 노려보는 것도 좋다. 이번에 쓴 돈까스는 "손수" 브랜드의 "일식 돈까스" 인데, 홈플러스에서 30% 할인을 진행 중이어서 저렴하게 구매했다.

(여담으로, 포장 뒤를 보니 충북 음성 상곡리에 있는 아워홈 공장에서 생산된 물건이더라. 일단 내 본적지가 상곡리 옆 마을인 점이 재미있고, 아워홈과 잔잔한 인연이 있었다는 점도 재미있다. 중앙경찰학교 있을 때 아워홈에서 만드는 밥을 참 맛있게 먹었고, 전역 후 잠깐 아워홈 공장에서 인부로 일한 적도 있었다. 경험해본 바로는 아워홈 공장은 아주 깔끔하고 위생상태가 좋다. 이 돈까스에도 믿음이 간다)

1. 기름을 충분히, 최소 반은 잠길 정도로 팬에 두른다. 중불로 천천히 가열한다.
 포장 뒤에는 팬에서 할 때 기름을 조금만 두르고 해도 된다고 하는데, 그건 돈까스가 아니라 돼지고기 전이다. 돈까스의 근간은 '튀김' 이란 행위에 있다. 그러니 기름이 아깝더라도 충분히 붓는다. 팁으로, 이런 튀김류를 자주 해 먹을 예정이라면 둘레가 작으면서 깊은 팬을 하나 사두는 것이 좋다. 딱 돈까스 한 장 들어가면 꽉 찰 정도의 크기에, 깊이는 충분히 잠길 정도면 된다. 돈까스 한 장이 들어가는 크기면 다른 튀김류는 모두 커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게 하나 있으면 그나마 효율적으로 튀김류를 다룰 있다. 

 강한 불로 기름을 빠르게 가열하면 기름이 타기 때문에 중불로 천천히 가열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온도를 측정해야 하는데, 기본은 180℃ 지만 유온계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기 때문에 생활의 지혜를 쓴다. 돈까스의 빵가루 부스레기를 기름에 떨어트려 본다. 부스레기가 팬 바닥을 찍고 빠르게 다시 부상하여 유면에 올라오면 적정 온도다. 불을 중-약불로 조절하여 현 온도만을 유지할 수 있는 정도로 둔다. 뜨거운 기름에 튀기면 돈까스가 겉만 타고 속이 안익기 때문에 적당한 온도 조절이 굉장히 중요하다.

2. 냉동된 상태 그대로 돈까스를 기름에 넣는다. 기름을 끼얹거나 뒤집어 돈까스 전체에 기름이 묻게 한다. 기다리다 가장자리가 노릇해지면 뒤집는다. 반대편도 노릇해지면 한 번 더 뒤집는다. 그대로 고루 노릇해질 때까지 기다린다.
 절대 해동을 시켜서 튀기는 것이 아니다. 냉동된 상태 그대로 튀겨야지만 돈까스가 풀어지지 않는다[각주:1]. 냉동된 상태로 넣되 가장자리부터 살짝 담군다. 기름과 온도차가 큰 냉동 돈까스르르 퐁당 떨어트리면 기름이 튀어 다칠 수도 있고, 청소하기에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지기에 조심해야 한다. 다음 돈까스 전체에 기름을 적신다. 충분히 담겨질 정도로 기름이 많으면 좋겠다만, 그렇지 못한다면 바로 뒤집어 주거나 기름을 끼얹어서 돈까스 전체에 고루 기름이 배어들게 한다. 

 기다리다 가장자리를 보아 가며 뒤집을 순간을 기다린다. 충분히 잠긴다 하더라도 중간에 뒤집어 줘야지만 속까지 고루 익는다. 빛깔이 나기 시작하면 뒤집어 주고, 반대편에도 색이 적당히 배이면 다시 한 번 뒤집어 준다. 두 번만 뒤집으면 된다. 사파 식당에서는 애초에 세로로 튀기는 방법을 쓰기도 하지만, 가정에서는 불가능하지 않겠는가?

3. 돈까스가 익는 동안 가니시를 준비한다. 파를 길게 채썬다. 썬 파를 떠 놓은 밥 위에 올린다.
 우리집인 청주의 옆 동네 조치원에서 발원하여 전국에 퍼진 프라이드 치킨을 아시는가? 바로 "파닭" 이다. 보통 프라이드 치킨에 생파를 곁들이는 것인데, 간단하면서도 치킨과 파의 조합이 참 좋아 BBQ[각주:2] 메뉴에도 올랐다. 아무튼 거기에서 응용한 가니시인데, 아주 간단하다. 파를 길게 채썬 다음 퍼온 밥 위에 올려둔다. 밥 위에 올려두는 것은 숨이 죽게 하기 위해서다. 파닭에서도 따로 서브되는 것이 아니라 닭 위에 바로 올려져 나온다. 약간 숨이 죽어야 먹기에 편하다. 이 파채는 비단 돈까스 외에도 튀김류에는 다들 잘 어울리니,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다.

4. 돈까스가 다 익으면 건져 쿠킹타올을 깐 접시 위에 올려둔다. 기름이 빠지면 썰어 파 위에 올린다. 
 유탕한 고기이기 때문에 바로 먹으면 아주 기름지다. 조금이라도 기름을 빼 주는 것이 좋다. 식당에서는 튀긴 후 행거에 걸어두는데, 유온계와 마찬가지로 그런게 있을리 만무하니 쿠킹타올을 쓴다. 쿠킹타올 위에 올려두면 종이가 기름을 약간이나마 흡수한다. 돈까스를 뒤집어가며 적당히 기름을 뺀다. 과정이 끝나면 돈까스를 썰어 밥과 파 위에 올린다. 역시 파 숨을 죽이기 위해 파 위에 올린다.

 쿠킹타올은 휴지로 대체할 수도 있지만 휴지는 돈까스에 엉겨붙기 때문에 추천하기에는 어렵다. 쿠킹타올은 이모저모 쓰일 일이 많으니 하나 구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5. 냉장고에서 돈까스 소스나 기타 소스를 꺼내 찍어 먹는다. 콜라를 곁들이면 잘 어울린다. 음악은 Village People의 'Macho Man'을 틀어 둔다.
 각자 사정 되는대로 소스를 찍어 먹는다. X.O소스가 의외로 돈까스와 잘 어울리지만 비싸다 보니 역시나 있을리 만무하고, 그냥 캐첩만 찍어 먹어도 맛있다. 오늘 난 두반장 소스를 찍어 먹었다. 약간 후회가 들긴 했다만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다양한 시도를 해보자. 음료는 콜라가 잘 어울린다. 맛이 강하고 기름진 음식이다 보니 탄산류가 잘 어울리는 편이다. 음악은 당연히 빌리지 피플의 마초 맨이다. 뮤직 비디오면 더 좋다. 여기에는 정합하고 위대한 이유가 있지만 지면 관계 상 생략한다.


  1. 여기에 냉동 돈까스의 장점이 있다. 해동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기에 비교적 간결하게 조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본문으로]
  2. 얘들은 참 나쁜 기업인 것 같다. 조치원이나 청주의 파닭은 파를 곁들인다는 점 외에도 닭이 참 푸짐하게 나온다는 특징이 있는데, BBQ는 가격은 1.5배인데 양이 절반이다. [본문으로]